전시 · 서울
Clearview Mechanism
2026-10-02 ~ 2026-10-25 · 가나아트

행사 소개
가나아트 한남은 인간, 자연, 기계의 관계를 탐구해 온 작가 구기정(Goo Gijeong, b. 1990)의 개인전 《Clearview Mechanism》을 개최한다.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활동지원에 선정되어 마련된 작가의 가나아트 첫 개인전으로, 2025년 그룹전 《The Garden of Forking Paths》 이후 이어온 디지털 기술과 자연에 대한 탐구를 총 12점의 작품을 통해 조명한다. 구기정은 사진, 그래픽, 영상, 설치를 통해 기술을 매개로 익숙한 자연의 풍경을 낯설게 변형하며, 완성된 이미지보다 그것이 형성되는 조건과 과정에 주목해 왔다. 이번 전시는 이미지 이면에 자리한 조건들을 가시화하는 데서 시작한다. 전시실 입구의 〈투명성 시각 장치〉는 투명한 철제 프레임 안에 LED 기판과 사진, 렌더링 이미지를 함께 배치해, 화면에 상이 맺히기까지 필요한 빛과 장치를 그대로 드러낸다. 전시실 중앙의 〈투명성 렌더링 장치〉는 실제 식물과 그 식물을 렌더링한 가상의 이미지를 나란히 배치해, 가상의 이미지가 실제와 어떤 관계를 맺는지 묻는다. 관람자가 작품 주위를 걸을수록 무엇이 실제이고 무엇이 이미지인지 구분하던 경계는 흐려진다. 실제와 이미지의 관계에 대한 질문은 〈중첩 풍경〉에서 반복적인 변형의 방식으로 이어진다. 작가는 자연을 촬영한 이미지를 디지털로 변형하고, 그 일부를 다시 확대해 촬영하기를 거듭해 얻은 형상들을 디아섹(Diasec) 액자에 겹쳐 설치했다. 앞선 이미지가 다음 이미지의 재료가 되는 이 과정이 거듭될수록, 형상은 처음의 자연에서 점점 멀어져 낯선 장면에 이른다. 동시대의 이미지 역시 저장과 복제, 재가공을 거듭하며 원본과 멀어지기를 반복한다는 점에서, 이 작업은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수많은 이미지의 존재 방식을 다시금 환기시킨다. 원본에서 계속 멀어지는 〈중첩 풍경〉의 흐름과 달리, 전시실 가장 안쪽 창가의 〈중첩 풍경: 창〉은 정반대의 관계를 보여준다. 작가는 갤러리 정원을 촬영해 변형한 이미지를 반투명 그래픽 시트로 만들어, 그 정원이 보이는 창에 부착함으로써 변형된 이미지와 원본을 한 시야 안에 나란히 놓는다. 두 작업을 통해 드러나는 것은, 이미지가 실제를 옮겨 담은 결과물이 아니라 실제와 거리를 벌리고 좁히며 스스로 변화해 가는 과정 그 자체라는 사실이다. 이처럼 《Clearview Mechanism》은 하나의 장면이 만들어지는 방식을 따라가며, 우리가 현실이라 받아들이는 모습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탐구한다. 'Clearview'는 대상을 또렷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Mechanism'은 그 시선을 가능하게 해온 조건들을 가리킨다. 결국 선명하게 본다는 것은 그 장면이 어떻게 지금의 모습으로 보이게 되었는지를 함께 보는 일이다. 《Clearview Mechanism》이 끝내 보여주지 않는 것은 다름 아닌 완성된 장면이다. 그 자리에 남는 것은 지금도 계속되는 변화뿐이며, 무엇이 어떻게 보이는지 매 순간 다시 읽어내는 관람자의 시선은 그 변화를 이어가는 마지막 장치로 작동한다.